RB★YELLOW

~ 앞글에서 이어서 ~


원래 우리의 계획은 숙소에 가기에 앞서, 수속을 마치고 공항 게이트를 나오면 12시쯤 될 걸로 예상하고 공항안이나 근처에서 2~3시까지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좀 때우다 숙소에 갈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회사에서 마련해 준 숙소가 필히 3시 이후 입실을 강조하며 3시 전 입실을 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택시 기사가 우리 이름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고, 택시를 타고 집에 오니 12시... 친절했던 기사는 우리 짐을 내려주고 홀랑 가버렸고, 우리는 이민가방 2개, 캐리어 3개, 각각 등에 맨 가방에 요가매트까지 울러 매고 숙소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서 있었다. 한국처럼 아파트에 경비실이라도 있으면 거기 가방을 맡기고 주변에 있다가 들어가려고 했는데, 경비실도 없었고 문은 자동문으로 열쇠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캐리어를 건물 앞에 덩그러니 놓고 어디 갈 수도 없고.. 그래서 일단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로 결정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거기다 도착 날은 일본에도 43년 만에 찾아왔다는 강추위가 온 날이었다. 그래봤자 영하 4도라서, 한국의 기록적인 강추위인 영하 19도를 ㅋㅋ 경험하다가 내린 우리는 ‘아 따뜻해~’ 를 연발하며 택시를 탔었다. 그러나 택시에서 내리고 난 이후, 캐리어 5개를 어찌 컨트롤해야 할지 패닉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몰아치는 찬바람은 매우 추웠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야, 라며 우리는 주변 커피숍이나 음식점을 찾아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 마저도 여의치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아무리 주택가라도 조금만 가면 널린게 커피숍인데 반해서 우리가 내린 곳 주변에는 커피숍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수도 없었다. 겨우겨우 구글맵을 켜서 커피숍을 검색했더니 1키로 넘게 가야한다는거다! 우리는 캐리어가 5개나 되니까 멀리는 가질 못해서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다행히 커피 로 검색하니 7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커피숍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곳을 향해서 캐리어를 질질 끌고 가기로 했다. 


둘이서 캐리어를 고생고생하며 끌고 가는데, 일본 주택가는 원래 그런건지 골목길이 매우 좁았고 (나중에 보니 원래 다 좁은 듯 하다. 차 한대 정도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길이라 이길이 맞나? 하면서 갔다) 눈까지 내려있어 매우 고생했다. 겨우 목적지까지 갔는데, 영 커피숍같아 보이진 않아서 물어보니 커피숍이 아니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에는 커피 원두만을 볶아서 파는 집들이 많더라. 그런 집들도 다 구글맵에는 ‘커피’ 라고 표시되니 커피숍을 가고 싶다면 커피숍 또는 카페 로 검색하기를 추천한다. 


절망한 우리는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하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세븐일레븐이 있었지만 그 매장안에는 캐리어를 들여놓을 공간이 마땅찮았고, 음식을 먹는 곳도 없었다. (나중에 보니 일본 편의점의 많은 곳은 한국처럼 음식먹는 곳이 없더라. 있는 곳은 있지만 한 번 봤다. 뭐 며칠 안있었지마는..) 그래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밥먹을 데도 마땅치않았다. 한 군데 찾은 곳이 중국음식점이었는데 왠지 일본에서의 첫 끼니를 중국음식으로 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우왕좌왕 하다가 어찌어찌 찾은 덮밥집. 친절하게 인사로 맞이해주는 주인에게 우리는 ‘캐리어를 안에 놔두어도 될까요?’ 를 손짓발짓표정 온갖 방법을 동원해 물어보았고 주인은 흔쾌히 들어오라고 해주었다. 감동....♡ 거기다 캐리어를 옮기는 것을 도와주시기 까지 했다. 


거의 한 시간 만에 자리에 앉은 우리는 또 난관에 봉착했는데 그것은 주문! 이 가게는 동네 가게라 영어 메뉴판은 고사하고 일반 일본어 메뉴판도 몇 가지는 손글씨로 적혀있었다. 네이* 파*고 앱을 열심히 사용해서 사진을 찍어서 (한자알못이므로) 번역을 시도해보았으나 실패! 도대체 うな가 뭡니까.. うな丼이라고 적혀있는디..


또 손짓발짓 이게뭡니까 저게뭡니까 하니 직원분이 장어를 가져와 보여주면서 이게 우나라고 하셨다. 아~ 하고는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메뉴였던 닭고기덮밥(焼きどり丼) 과 장어덮밥을 시켰다. 그리고 친자동(親子丼) 이 뭔가 싶어서 열심히 네*버 한자사전 일어사전 찾아보니 닭고기계란덮밥... ㅋㅋㅋㅋ닭고기 (부모)와 계란(아이) 이 같이 있어서 친자동인가보닼ㅋㅋㅋㅋㅋ 하고 둘이 웃었다. 근데 일어사전에 표시된 오야꼬동의 두번째 뜻.... 뭐시기 덮밥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소문으로만 얼핏 들었는데 이거 진짜 일본에서 사용하는 표현이었어? 하고 또 놀랐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생맥주도 마시고 추위와 피곤함 정신적 고단함을 풀고 시간을 최대한 끌다가 도저히 민망해져서 오래 앉아있기 뭐해져 숙소에 그냥 한시간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 뭐 설마 한시간 일찍 들어간다고 별일 있겠어~? 하면서.


편의점 잠시 들러 간식거리를 사고 다시 온 길로 질질질 캐리어를 끌며 갔다. 목적지가 명확히 정해진 길이라 그런지 몰라도 올 때보단 훨씬 빨리 도착한 느낌. 숙소에 도착해 안내받은 대로 우편함을 열어서 우편함 안에 키 보관함을 또 열고 그 안에 있는 열쇠를 꺼내 들어갔다. 일본은 우리처럼 자동 도어락이 아닌 열쇠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듯 했는데 한국의 편리한 도어락이 그리워졌다. 우린 문 열고 닫기만 하면 자동으로 잠기는 문에 익숙해져있단말이다! ㅎㅎㅎ


어찌저찌 숙소에 들어와서 보니 한국에서 메일로 내부를 봤을 때 보단 작은 느낌이었지만 깔끔했다. 일본의 집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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