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YELLOW

나는 일본에 와서 요가수련을 하기 위해서 요가원을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았다.

사실 주변에 요가원이 있었더라면 걸어서 다닐 수 있고 좋았을 텐데, 우리 동네는 주택가라 그런가 역 근처 번화가도 그리 크지 않고 킥복싱 도장 말고는 딱히 다른 체육시설을 보진 못했다. 아 댄스교실은 하나 본 것 같고 gym도 못 본거 같다.

(번외인데 듣기로 일본에서는 헬스장이라고 하면 불건전한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꼭 gym짐이라고 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딱히 다른 사교활동을 하지 않아 아는 사람이 없는 나로서는 인터넷을 통해서 요가원을 알아보는 수 밖에 없었다.

앞선 포스팅에서 작성한 것 처럼, 내가 건 조건은 딱 두가지.

 

1. 영어로 의사소통 가능 할 것

2.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 할 것

 

이 두 가지에 맞는 조건을 찾고자 ashtanga yoga tokyo 로 검색해보니 딱 두 군데가 나왔다.

 

Tarik 과 Kranti.

 

둘 다 스튜디오가 도쿄에 있고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며 아쉬탕가 요가를 창안한 파타비 조이스가 세운 학교인 KPJAYI (http://sharathjois.com/the-institute/) 에서 인증받은 강사였다.

전 포스팅을 통해 적은 것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 모두 certificated instructor 이다. 둘 중 어느 곳을 갈지 고민하던 나는 일단 메일을 보내보기로 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답장이 왔던 Kranti 선생님 한테 지도를 받기로 결정하였다.

내가 이쪽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Tarik 선생님의 요가 스튜디오는 요가 전용 스튜디오에서 하는 것이 아닌, 레이 댄스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진행하는 것이었고 Kranti 선생님의 경우 도쿄에서 제일 큰 요가 전문 요가원에서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비록 마이솔 클래스 등록은 요가원 클래스와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라 마이솔 티켓으로 요가원의 레귤러 클래스를 들어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수업을 접할 수 있는 접근성 자체가 좀 더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이 요가원, Under the light (http://www.underthelight.jp/) 에서는 teacher training course도 진행하기에 나중에 일본어 실력이 좀 늘고 요가도 늘고 하면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Under the light 요가원 위치:

〒151-0053 Tōkyō-to, Shibuya-ku, Yoyogi, 1 Chome−53, 代々木1-53-4 奨学会館別館4階

 

 

 

그런데 등록 전에 한 가지 걱정거리? 가 생겼다.

위에 구글 리뷰를 읽어보면 알겠지만....-_-;;; 강사 인성 논란이 있는 거였다.

리뷰를 읽어보니 아마도 마이솔 클래스가 아닌 Kranti 선생님이 진행하는 다른 regular class의 경우 인 것 같은데, 그래도 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요가 수련을 내가 좋아서 가는거고 좋아서 하는건데 그 시간이 지옥같으면 계속 꾸준히 하기가 힘드니까.

그래서 걱정 반 기대 반 을 하면서 오늘 아침, 딸랑딸랑 요가매트를 매고 지하철을 타고! 요가원에 향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갈아타는 코스였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깨달았다.

 

 

아.....

 

 

내 요가바지..................

 

 

안가져왔다.......................

 

 

....ㅜㅜ

 

분명히 요가매트랑 수건이랑 전부 잘 챙겨놓고는

위에는 요가복 다 입어놓고는!

정작 정말 중요한 바지를 안가지고 왔다.

요가복 중에 상의냐 하의냐 어디가 더 중요하냐를 묻는다면 당연히 바지다.

왜냐하면 다리를 스트레칭하고 유연하게 하는 동작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그 중요한 바지를...ㅠㅠㅠ헝헝

 

나는 혹시나 편의점에서 속바지나 레깅스 같은걸 팔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편의점에 들어갔다.

편의점을 두 곳이나 돌았지만 속바지도, 레깅스도 없었다..

남자 와이셔츠, 심지어 넥타이도 팔던데 왜 발없는 레깅스는 안파는거죠.. 얘네는 안추워서 레깅스 따위, 내복 따위는 입지도 않는다 이건가..?

팬티도 팔고 있던데!

진짜 진짜 진지하게 남자 트렁크 팬티를 사서 입고 할까 하는 생각을 몇 번 했다.

가끔가다 인터넷 게시판에 보면 동생의 팬티를 집에서 반바지처럼 편하게 입는다는 누나들의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반바지 같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날인데...

첫인상이 남자팬티녀라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청바지 입고 해야하나 고민을 하며 불안감에 휩싸여 요가원에 들어갔다.

 

 

 

이 입간판이 없었다면 여기가 요가원인지 몰랐을거 같다..

근데 은근 비싼 시부야 땅에 건물 하나가 전부 요가원이다.

 

들어가서 마이솔 수련하는 장소로 가니 뭔가 어두컴컴하고 문 하나만 딸랑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하나 조금 고민했다.

마침 수련을 가시는 다른 수련자가 있길래 쫄래쫄래 따라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 수련장에 가니 가득찬 열기와 습기가 확 느껴졌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마이솔 수련을 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난 좀 늦게 간 편인 것 같았다. 약간 애매하게 7시20분쯤 도착했으니.

마이솔 수련 시작시간은 6시이고, 출근 전에 수련하고 회사 가는 직장인들이 많이 있을 테니.

정말 매트로 꽉 채워져 있었고, 빈 자리가 없어서 난감해 하고 있었다.

 

일단은 앞서 들어간 다른 수련자를 따라 사람들을 비집고 앞으로 가 보니 Kranti 선생님이 있었다.

가서 오늘 처음 왔다고 이야기 하고, 전에 메일 드렸던 누구라고 말씀드렸다.

한달치 등록을 하면서 주의사항을 적어놓은 종이를 주시면서 읽어보고 사인하라고 했다.

읽어보니 대략 '아쉬탕가 요가를 하면서 몸 상태에 따라 가며 하며, instructor에게 그날의 상태를 이야기 하도록 하고 hands-on adjust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더 깊은 자세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원치 않으면 강사에게 말하도록 하라' 는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별 내용 아니라고 생각했고 사인까지 받을 일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개인주의적인 일본에서는 갑자기 남의 몸에 터치하고 하는 걸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주의사항을 읽고 이해했다는 각서?를 쓰게 하는 것 같았다.

 

주의사항에 싸인도 하고 등록도 패기롭게 5-day class로 하고 (3-day도 있었는데 애매하게 하면 오히려 늘어질 것 같아 아예 매일 수련하는 걸로 했다. 예전에 수련할땐 저녁에 2일만 했었는데 보니까 2일이든 3일이든 나는 '수업' 이 있으면 어째든지 가서 하고 오더라. 없으면 자기의사로는 잘 안하고 ㅋㅋ 그래서 5일짜리로 신청했다.) 간단한 질문 (요가를 가장 마지막에 한건 언제냐, 어느 정도 할 수 있냐 등) 에 답하고 전반적인 요가원의 절차를 익히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갈아입고 나오니 내 청바지 차림을 본 Kranti 선생님이 '혼또~? Jean 데쓰까?' 라며 ㅋㅋ 진짜 그거 입고 할거냐며... 그래서 나는 깜빡하고 바지를 안가지고 왔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assistant 선생님에게 옷좀 빌려주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보고 따라가라고.. 따라갔더니 다른 선생님이 다른 바지를 하나 빌려주었다. 정말정말 고맙다고 여러 번 인사하고 갈아입고 수련에 돌입했다.

 

수련을 시작했는데 넘나 오래간만에 하다 보니 (한달 반 쉬었음) 수리야A 하는데 종아리 근육 땡기는게 느껴졌다... 전굴도 잘 안돼고... ㅋㅋㅋ

그래도 점점 하면 할수록 예전의 상태를 찾아가는 게 느껴졌다.

다만

그동안 살이 어마무시하게 (+8kg) 쪘기 때문인지 운동을 안해서인지

팔에 힘이 없어서.. 후반부로 갈수록 차투랑가 단다아사나도 무릎 대고 하고

넘나 힘들었다.

그런 나를 보더니 선생님은 'tired?' 라고 묻고는 그 다음에는 너무 무리하지 말고 finishing sequence 하라고 하였다.

내가 꾸르마사나를 하고 있자 선생님이 불러세워서는 그만하고 finishing 하라고 하였다.

오래동안 쉬다가 다시 시작했으니 너무 무리하면 오히려 다칠 수 있다며.

그래서 하던 것을 멈추고 finishing sequence들을 했다.

피니싱 하는데도 ㅋㅋ우르드바다누라사나에서 컴업은 고사하고 3번 손을 가까이 땡기는것도 다 못했다.

으 저질체력.... ㅜㅠ

 

여차저차 끝내고 나서 선생님이 와서는 뒤쪽에 물티슈가 있으니 가져다 매트를 닦으라고 하였다.

그런데 물티슈를 가지러 가는데 굳이 있는 곳을 같이 가서 알려주고 그랬다. 사실 별 건 아닌데, 좀 과하게 친절한 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일단은 구글 후기에 있었던 인성논란 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다. 쾌활하고 장난도 치고 강압적인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내가 그동안 잘못하고 있던 자세도 수정받았고.

아주 미묘한 차이였는데 그거 고치니까 자세 할때 느낌이 확다르더라 ㅋㅋㅋㅋㅋ놀랍다.

 

여튼 좀 다녀보면 알겠지.

 

새벽 수련이라 ㅋㅋ 올빼미중 올빼미인 내가 얼마나 잘 꾸준히 다닐 수 있을까, 직장을 잡으면 과연 다닐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련다.

혹시알아? 내가 전업해서 요가강사로 살게될지 ㅎㅎ

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겠다.

 

 

참, 아쉬탕가 요가 등록 비용은 18,000 엔 / 한달, 주5일 이다. 즉 우리돈으로 약 18만원.

주 3일 코스도 있는데 그건 14,000 엔 이고, 3달에 10회 이런 것도 있는데 그런 비정기적 수련 회원권은 아쉬탕가 요가 숙련자들만 가능한 회원권이다. 만약 인도 아쉬탕가 요가원에서 인증받은 요가강사가 아닌 일반 요가강사 밑에서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했거나, 아쉬탕가 요가가 처음인 사람이라면 석달에 5회/10회 가능한 drop-in 티켓은 안끊어줄 가능성이 높다.

초심자는 무조건 달 단위 클래스로 끊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다녀보니 주3회 회원권으로 다니는 사람은 잘 없고 거의 대부분 주5일로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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